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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희경 작가가 드라마에서 말하는 '엄마'
    문화/문학 2021. 11. 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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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는 엄마가 한 순간도 이해되지 않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 엄마를 이해할 수가 없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내가 바라는 건 그녀가 내 곁에 아주 오래오래 머물러 주었으면...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고, 부모가 자식을 더 사랑한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그 말은 부모된 입장에 선 사람이 한 말일거다. 우리 자식들의 잘못은 단 하나, 당신들이 덜 사랑한 것이 아니라, 당신들이 영원히, 아니, 아주 오래 우리 곁에 있어줄 거라는 어리석은 착각.

     

     

    자식이 부모한테 받은건 안 돌려줘도 된대. 불가능하대. 물이 위로 흐르지 않느 ㄴ것처럼. 사람들이 결혼하는건, 자기가 부모한테 주체할 수가 없어서 털어놓을 데를 찾는거라더라. 그래서 자식을 낳는거고.

     

     

    민호는 솜사탕을 들고 자는 희자 이모를 보며, 문득 이모가 제 입안의 솜사탕처럼 어느 날 흔적도 없어 사라져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그 날 민호는 만화영화가 두 번, 세 번 반복해 나올 때까지 오래도록 이모를 안았단다. 언젠간 엄마를 이렇게 안고 싶어도 안지 못할 날이 오고야 말테니까

     

     

    참 묘하다. 살아서는 어머니가 그냥 어머니더니, 그 이상은 아니더니, 돌아가시고 나니 그녀가 내 인생의 전부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녀 없이 세상이 살아지니 참 묘하다. 나는 바란다. 내세에 다시 그녀를 만난다면, 다시 그녀의 막내딸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엄마 우리 만난거 난 기적이라고 생각행. 엄마하고 딸이 세상에 그렇게 많은데 하필이면 우리 엄마와 내가 모녀로 만난거.

     

     

    어쩔 수 없는 모든 것을 순리라고 받아들일 때 난 어른들이 산처럼 거대하고 위대하고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살면서 아무리 경험 많은 어른이여도 이 세상에 내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경험은 그 누구에게나 한 번뿐. 그래서 슬픈 건 어쩔 수 없이 슬픈 것. 늙은 딸이 늙은 엄마를 그렇게 보냈다.

     

     

    그 날 아이처럼 웃는 엄마의 얼굴을 보며 젊디 젊은 우리 자식들은 잠시 잠깐 피곤에 지친 청춘의 한 때를 쉬어가고 있다.

     

    엄마의 암 소식을 처음으로 영원 이모에게 전해들으며, 나는 그 때 분명 내 이기심을 보았다. 엄마 걱정은 나중이고, 나는 이제 어떻게 사나, 그리고 연하는... 어쩌나... 나는 오직 내 걱정 뿐이었다. 그러니까, 장난희 딸, 나 박완은, 그러니까, 우리 세상 모든 자식들은 눈물을 흘릴 자격도 없다. 우리 다 너무나 염치 없으므로...

     

     

    엄마는 세상에서 뭐가 제일 힘들어? ... 자식 힘든데 아무 것도 해줄 게 없는 거.

     

     

    엄마가 죽는건 괜찮은데... 정말 그건 괜찮은데... 보고 싶을 땐 어떡하지? 문득 자다가 손이라도 만지고 싶을 땐 어떡하지? 그걸 어떻게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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