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밀면은 한국 전쟁이 만들었다

북한에서 평양 냉면과 함흥 냉면이 양대 냉면이라고 한다면, 남한에서는 부산 밀면과 강원도 막국수, 안동 국수 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쌀이 풍족한 서남쪽 지역에서는 쌀국수를 주로 먹었습니다.

대개 전라도에서는 깨를 뿌려먹거나 충청도에서는 멸치로 육수를 내거나 민물고기를 잡아 갈아먹는 어탕국수 등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부산 밀면은 그런 국수들과 다릅니다.

 

부산 밀면에는 실향민들의 애환이 담겨져있습니다.

이북 주민들이 남한으로 오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평양과 개성을 비롯한 서쪽의 황해도 평안도 지역은 경의선(서울~신의주)을 타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이북지역 주민들이 경의선 역이 있었던 서울 연희동과 신촌에 많이 거주하고 있는 이유도 이것입니다.

다른 루트는 영화 국제시장으로 잘 알려진 함흥 근처의 원산에서 배에 실어 부산까지 향하는 선박 루트입니다.

부산 출신중에 북한이 진짜 고향인 경우가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서울에 정착한 평양 냉면을 그리워하는 실향민들은 그들이 정착한 곳에서 평양 냉면 가게를 냈습니다.

서울의 유명한 평양냉면집에 가보면 이북 5도민 신문이 놓여있기 일쑤입니다.

 

반면에 부산에 정착한 함경도 출신들은 부산에서는 함흥냉면집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부산에서는 감자를 구하기 어려울뿐더러 전쟁으로 인해 먹을 것도 부족했습니다.

그 때 구호물자가 들어왔고 그것이 바로 밀가루입니다.

부산밀면에서의 ‘밀’은 밀가루의 ‘밀’입니다.

밀가루로 함흥 냉면과 유사하게 만든것이 바로 부산 밀면이며, 형태도 맛도 비슷합니다.

빨갛고 회를 주로 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