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로 기억을 떠올리는 프루스트 현상

정유미는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여행지에 도착한 첫 날 향수를 꼭 하나씩 산다고 한다. 그리곤 여행 내내 그 곳에서 산 향수만 뿌린다고 한다.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 그 곳에서 뿌린 향수 냄새를 맡으면 저절로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떠올라서라고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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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장편소설 향수가 떠올랐습니다.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라는 냄새에 대한 초자연적인 감각을 타고 났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 사나이의 이야기인데요.

인간의 오감 중에서 후각은 특히 더 신기한 기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 때 있죠?

어떤 냄새를 통해 그 시절의 기억이 강렬하게 떠오를 때요.

어던 냄새는 다른 감각보다 더 확실히 나를 과거의 순간으론 보내곤 합니다.

비 냄새, 스킨 냄새, 향수 냄새, 과일 냄새, 집안의 퀘퀘한 곰팡이 냄새 등등...

냄새를 맡는 과정을 살펴보면 냄새 분자가 기체 상태로 콧속 점액층에 녹아드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냄새 분자는 점액층에서 대기보다 약 1만 배까지 고농도로 농축되어 후각 수용체를 활성화시키고, 후각 수용체는 냄새를 구분해서 전기적 신호를 내보내게 됩니다. 이때 발생한 전기적 신호가 신경을 타고 후각을 인지하는 대뇌(후각 중추와 안와전두피질)에 도착하면서 우리가 냄새를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 순간의 기억과 감정이 해마와 편도체에 함께 저장되는 것입니다.

 

이런 메커니즘에 관해서 1991년 미국의 리처드 액셀(Richard Axel)과 린다 B 벅(Linda B. Buck)은 '냄새 수용체 및 후각 시스템'이라는 공동 연구 논문을 발표했는데요. 여기에는 인간의 코는 최소 1000개의 서로 다른 유형의 후각 수용체를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약 1만 가지의 냄새를 구별하고 기억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같은 연구는 2004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하며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훨씬 이전부터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이라는 개념으로 문학에서 등장했습니다. 1919년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la recherche du temps perdu, Swann 's Way)'을 보면 주인공이 홍차를 적신 마들렌 케이크 냄새를 맡는 순간 어릴 적 기억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사람들에게 사진과 특정 냄새를 함께 제시한 다음 냄새만 맡게 했을 때, 사진을 볼 때의 느낌을 더 잘 기억한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록펠러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단기적으로 기억하는 감각 비율은 촉각 1%, 청각 2%, 시각 5%, 미각 15%, 후각 35%라고 한다. 학계에서는 '매일 생성되는 모든 감정의 75%가 냄새로 인한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후각은 기억과 미각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코로나에 걸리면 후각을 잃고 그럼 음식 맛도 잘 느끼지 못한다는 후기를 본 적이 있는데요.

실제로 코를 막고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의 맛을 잘 느끼지 못하기도 합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후각은 시각이나 미각보다 먼저 진화되었고, 편도체, 해마 등 정서 관련 뇌 기간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기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하네요. 그래서 후각을 잃으면 기억을 같이 잃기도 한다고 해요. 그래서 이런 매커니즘을 연구해 치매를 연구하기로 한다고 합니다.

 

인간의 혀는 5가지의 맛만 구별이 가능한데 실제로는 수천가지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코와 혀의 후각과 미각이 동시에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현상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감기나 코로나에 걸렸을 때 미각을 잃어버리는 현상은 코가 미각에 관련되어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