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 '이불부터 개라'
‘이불부터 개라’
한 미국 장군이 했다는 말입니다.
별거 아닌 말일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불부터 개라’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던가요,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했던가요.
문득 반성문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동안 열심히 살다가, 어떤 계기로 한 번 일이 무너지자, 그 여파는 도미노처럼, 파도처럼 제 인생을 연달아 무너뜨렸습니다.
계속해서 기회를 박탈시키는 외적인 요인들도 문제였지만,
가장 중요한건 무너진 내면이었습니다.
나름 순풍에 돛대 펼치고 순항하던 인생이 어느 순간 폭풍우에 산산조각나 표류하는 널빤지처럼 목표없이 표류하게 되더니,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더 크더라구요.
어느 순간부터 ‘난 한번 순항해봤으니 금방 돌아갈 수 있어’라는 근거없는 자신감만 가득차고 현실도피를 하고 있었습니다.
눈 앞의 작은 일들부터 해결해야 큰 일들도 완성이 될텐데, 작은 일들은 언제라도 해낼 수 있다는 막연하고도 쓸데없는 자신감만 가득 찼습니다.
인생에서 전략이 필요할 때가 있고, 그 전략 안에서 전술이 잘 짜여져야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략을 세우느라 전술 계획을 놓치면 결국 전쟁에서 패하게 되는데 말이죠
눈앞에서 포탄이 터지고 총알이 날아오는데 당장 맞닥뜨려 싸워야지 거기서 대국을 보겠답시고 전략을 생각하고 있다가는 총에 맞아 죽게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문득 돌이켜보니 생활이라는 전쟁터 속에서, 지금에 불만족스러워 더 나은 전략을 세우느라 당장 눈 앞에 닥친 현실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살이 빠지고, 버는 것보다 적게 쓰면 돈이 모일텐데…
현실은 늘 반대죠.
남들은 살 빼고 돈 모은다는데, 저는 살모으고 돈 빼고 있습니다.
생각날 때 운동을 조금이라도 더 하면 되는데, 지금 운동을 격하게 하면 피곤해져서 다른 일에 지장이 있을테니 ‘나중에’ 라는 유혹의 요정이 나를 잡아 이끕니다.
또 어떻게든 유혹의 요정을 몰아내고 운동을 하려고 하면 ‘이정도면 됐어’와 ‘적당히’라는 괴물이 나를 집어 삼킵니다.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인내하면 되는데,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 지름신은 나의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고, 한달 뒤 텅텅 빈 ‘텅장’을 선물하죠.
인생은 타이밍이니, 지를때 지르고, 참을 때 참아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찾는 전략적 고민이 필요합니다만, 공상의 나래만 펼치고 있네요.
무엇이 되었건간에 지르려면, 지를만한 재료가 있어야하기에 이제부터 인내하며 그 재료들을 모아가려합니다.
그게 돈이 되었든, 지식이 되었든, 무엇이든간에 말이죠.
이제부터는 눈 앞의 작은 일들부터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간의 생활을 깊이 반성하며…
‘이불부터 개라’
당분간 제 인생의 금언이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