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하면 고독, 당하면 외로움 - 혼자에 대하여
혼자에 대하여
택하면 고독, 당하면 외로움
1인가구가 대한민국의 표준이 됐다.
2015년 인구 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가구 형태가 27.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한다.
미혼의 20대에서 더 나이 많은 어른들 세대까지 '혼자'는 더이상 어색한 일이 아니다.
까페에서는 혼자 와서 커피 한 잔을 놓고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는 소위 카공족들이 가득하고,
영화관에서도 혼자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뮤지컬 극장에서도 혼자 티켓팅을 해 문화 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여럿 보인다.
노래방은 어떨까, 요즘은 회식 후에 다 함께 노래방에서 고역을 치르느니, 좋아하는 노래를 혼자
부르고 즐길 수 있는 동전 노래방이 부지기수로 많다.
군대에서 전역해 혼자 밥먹기 무서워 후배들 밥사주던 복학생의 이야기는 이제 전설이 될 듯 하다. 혼자 고깃집에서 고기 구워 잘라 먹고, 부페도 혼자서 즐기는 사람들이 생기는걸 보면 이제 '혼
자'라는 소재는 흔하디 흔한, 자연스러운 소재가 됐다.
그 때, 혼자서 밥먹거나 술마시거나 하는 사람을 보며 뒤에서 수군대는 이들은, 어쩌면 그들의 일견 외로워보이는 모습이 곧 자기의 모습이 될까봐 두려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혼자가 더이상 두렵지 않은 것은, 그것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했기 때문이다.
타인을 배려하며, 조직 속에서 부속품처럼 함몰되는 것보다 스스로의 삶을 먼저 돌아볼 수 밖에 없는 세태.
일본이 몇 년 전 1인가구들이 사회문제가 되는 것 같더니, 이젠 우리나라를 거쳐 중국조차 요즈음은 1인가구가 대세란다.
문득 생각이 든건데, 예전에는 바깥에서 친구들과 같이 해질 때까지 놀고, 놀이터에서 한 명이라도 짝이 안맞거나 조금 떨어지는(?) 친구를 '깍두기'로 끼워주며 다 같이 놀던 어린 시절의 문화를 가진 이들이 사회의 주류였다면, 어느새 전자오락이나 TV, 컴퓨터 게임 등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즐길거리로 가득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이 점차 사회의 주류를 이루어가면서 만들어지는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드라마 혼술 남녀, 나 혼자 산다, 식샤를 합시다. 웹툰 혼자를 기르는 법 등등등
옛날 목욕탕집 남자들 류의 드라마를 기억하는가?
그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대가족이 한 집에 모여산다는데 있다.
얼마 전에 종영한 그래, 그런거야 같은 대가족 드라마는 이제 '환타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개인이 가장 중요하고, 남을 책임질 수 있는 여유가 없기에
사랑도 결혼도 연애도 출산도 포기한다는 삼포, 사포, 오포 세대들이 사회 전반에 자리잡으면서 생기는 1인 가구들의 고독.
( 이것은 스스로 선택했기에 고독이라고 해야하지만, 사회가 그렇게 선택하도록 강요했기에 사회적 범위에서는 외로움이라고 불러야할지도 모르지만...)
혼술남녀의 하석진의 대사처럼 “누군가의 강요 때문에 억지로 마시지 않아도 되니까. 듣기 싫은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되고, 억지웃음 지으며 감정 소모할 필요도 없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을 필요도 없으니까.” 혼자를 택하는 요즘. 그건 아마도 누군가와 함께 짐을 나누기엔 다들 사는게 팍팍하기때문일 것이다.
다음 블로그에서는 이런 풍조가 계속해서 만연해 시간이 흐른 뒤의 세상.
1인가구가 대세이고,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근미래에
사랑조차 사라지고 난 세상에 대한 가상의 글을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