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문화에 대하여
극혐, 여혐, 남혐, XX충, X퀴…
이런 단어들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언젠가부터 우리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단어들입니다..
‘극혐’이라는 말은 매우 혐오스럽다는 뜻입니다.
‘혐오’라는 말이 가지고있는 잔인성과는 달리 너무 쉽게 사용하는 말이고,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여혐’은 여성혐오, ‘남혐’은 남성 혐오의 줄임말입니다..
XX충은 벌레 충자를 써서, 급식충, 따봉충, 설명충, 진지충 등, 특정 그룹을 벌레로 비하하는 말입니다..
X퀴는 바퀴벌레의 ‘퀴’자를 써서 쓰는 비하 발언인데,
이를테면 레알 마드리드의 광팬을 레알 + 바퀴= 레퀴라고 부르는 식입니다.
지난 여름.. 디스패치를 모방해 만든 XX패치 광풍이 불었습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무차별적으로 드러내는 인스타그램 계정들을 통해.
성생활, 성병 치료 내역, 성셩 수술 내역, 심지어 얼굴까지 드러냈습니다.
남녀 구분 없이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프라이버시를 폭로하는 것이 주였던 해치 시리즈의 원조 강남패치와는 달리,
아류인 한남패치(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표현인 한남충의 사생활 공개), 성병패치(남성들의 성병 내역 공개),
오메가 패치(오메가는 임신 가능한 남자를 뜻하는 은어. 대중교통 임산부 좌석에 앉은 남성들 공개) 까지 다양합니다.
혐오의 문화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 듯 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남을 비하하면서, 나를 올리고, 나는 괜찮다는 위안을 얻는 것.
그리고 관심을 받는 것.
동질 집단 (인터넷에서의 다양한 커뮤니티들… 이를테면 디시 인사이드, 일베, 매갈리안 등등)에 표현하면서 인정받고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경제 공동체 안에서 개인적인 성향을 억누르고 집단에 굴복하는 매저키즘(masochism)이 그 저변에 깔려있으면서도, 그 반동으로
‘나르시시즘(narcissism)’과 새디즘(sadism)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나르시시즘은 ‘일간베스트’나 ‘오늘의 유머’같은 커뮤니터 게시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인터넷 문화는 사실 게시판 문화에 가깝고 그 곳에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 노출증의 결과물입니다.
그곳에서의 조회수와 추천을 받기 위해.혐오의 문화가 보여주는 위악과 비판적 글들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읽어주기 바라는 나르시시즘이
익명성 뒤에 숨어 왜곡된 형태로, 새디즘을 가미해 드러납니다..
사회, 경제적으로 나날이 힘들어지는 현실에서
성별, 인종, 출신 지역, 장애, 성적 취향 등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를 경멸하고 배척하는 혐오문화를 넘어
‘내 밥그릇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감 역시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극도의 적대감으로 분출되고 있습니다.
그들이 나에 비해 큰 혜택과 지원을 받고 있고 이것이 내 생존 기반을 위협한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혐오는 서로가 서로를 혐오하도록 만듭니다.
포비아(Phobia) 는 ‘공포’와 ‘혐오’의 의미로 동시에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무한경쟁 사회 속에서의 개인적 체념과 무뎌지기만 하는 도덕성, 불안감의 확산 등이 극단적인 ‘공포’와 ‘혐오’를 만들어가는 것은 아닐까요?